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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뷔르츠부르크 역사여행하기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에 위치한 뷔르츠부르크는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수 세기 동안 정치와 종교의 중심지 역할을 해온 역사 깊은 도시입니다. 중세 시대에는 주교들이 통치하던 교회령의 중심지였고, 바로크 건축 양식이 극에 달한 궁전과 성당들이 도시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또한 2차 세계대전 당시 큰 피해를 입은 역사적 배경도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뷔르츠부르크의 역사적인 정체성을 형성한 세 가지 요소인 ‘주교’, ‘바로크 건축’, ‘전쟁 유산’을 중심으로 도시의 역사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주교

    뷔르츠부르크의 중세사는 주교 없이 설명할 수 없습니다. 8세기부터 이미 주교좌가 설치되었던 이 도시는 이후 1000년이 넘도록 주교가 도시의 정치, 종교, 행정을 모두 관장하는 ‘교회령’으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었습니다. 특히 신성로마제국 시대에는 ‘주교공작(Fürstbischof)’이라 불리는 인물이 세속 군주처럼 도시를 지배했습니다. 이들은 교황과 황제의 후원을 바탕으로 성직자의 권위와 귀족의 권력을 동시에 누리며, 종교뿐 아니라 문화·건축·교육 등 다방면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18세기 뷔르츠부르크의 황금기를 이끈 요한 필리프 프란츠 폰 쇤본(Johann Philipp Franz von Schönborn) 주교입니다. 그는 도시를 유럽 예술과 문화의 중심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대규모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그 결과가 지금의 뷔르츠부르크 레지던츠입니다. 마리엔베르크 요새 또한 이 시기의 군사적, 행정적 중심지로, 요새 위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면 이 도시가 왜 전략적 거점이었는지 실감할 수 있습니다. 성 킬리안 대성당은 뷔르츠부르크에서 가장 오래되고 상징적인 종교 건축물로, 고딕과 로마네스크 양식이 혼합된 독특한 외관을 자랑합니다. 이곳은 단순한 성당이 아닌, 수많은 주교들의 무덤이자 도시 종교의 중심지로 기능해왔습니다. 오늘날에도 도시 곳곳에서 주교들의 흔적을 찾을 수 있으며, 뷔르츠부르크가 단순한 행정 도시를 넘어 종교 도시였음을 증명해 줍니다.

     

     

    바로크 건축

    뷔르츠부르크를 상징하는 건축물 중 가장 대표적인 곳은 바로 레지던츠(Residenz)입니다. 18세기 중엽, 주교공작 쇤본 가문의 주도로 건설된 이 궁전은 유럽 바로크 건축의 걸작으로 평가받으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습니다. 설계에는 독일 건축가 발타자르 노이만(Balthasar Neumann)이 참여했으며, 프랑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의 장인들이 힘을 모아 당대 최고의 기술과 예술을 집대성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레지던츠는 단순히 주교의 거처가 아니라, 정치적 상징물이자 도시의 정체성을 형성한 건물입니다. 특히 궁전 내부의 대계단실(Treppenhaus)은 천장화로 유명한데, 이탈리아 화가 티에폴로(Giovanni Battista Tiepolo)가 그린 프레스코화는 세계에서 가장 큰 단일 천장화로 손꼽힙니다. 레지던츠의 대연회장, 황제실, 거울의 방 등은 유럽 왕실 수준의 인테리어를 자랑하며, 주교의 위세와 권위를 드러내는 데 목적이 있었습니다. 정원 또한 바로크 양식에 맞춰 대칭적으로 조성되어 있으며, 현재는 시민과 관광객에게 개방되어 있어 산책과 휴식의 장소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레지던츠는 단순한 건축물 그 이상으로, 중세와 근세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뷔르츠부르크의 문화, 예술, 종교의 중심축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곳을 방문하면 단순히 건물만 보는 것이 아니라, 도시 전체의 역사와 철학을 느끼게 됩니다.

     

     

    전쟁유산

    뷔르츠부르크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연합군의 공습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도시 중 하나입니다. 1945년 3월 16일 단 한 차례의 폭격으로 도시의 90% 이상이 파괴되었고, 수천 명의 시민들이 희생되었습니다. 특히 중세의 구시가지와 바로크 양식 건축물 대부분이 무너졌으며, 레지던츠와 성당들도 심각한 손상을 입었습니다. 그러나 전쟁 이후 뷔르츠부르크는 독일 내에서도 손꼽히는 복원 도시로 꼽힙니다. 시민들과 건축가들은 무너진 건물들을 단순히 새로 짓는 것이 아니라, 전통 방식과 도면, 사진, 기록을 바탕으로 가능한 한 원형 그대로 복원하려는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레지던츠는 화재와 파괴로 내부 장식 대부분이 불에 탔지만, 티에폴로의 천장화만은 기적적으로 살아남았고, 이는 복원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성 킬리안 대성당 또한 수십 년에 걸쳐 복원되었으며, 오늘날에는 새로운 자재와 옛 구조가 공존하는 독특한 양식을 보여줍니다. 도시 곳곳에는 전쟁 당시의 피해를 알리는 기념비와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으며, 뷔르츠부르크 역사박물관에서는 당시의 사진과 자료를 통해 참혹했던 현실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뷔르츠부르크는 단순한 관광 도시가 아닌, 수많은 역사적 격변을 거쳐 탄생한 독일의 진정한 문화유산입니다. 주교의 통치 아래 성장한 도시, 바로크 예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건축물, 전쟁과 복원이라는 극단적 경험까지. 이 모든 역사가 겹겹이 쌓여 오늘날의 뷔르츠부르크를 만들어냈습니다. 독일 여행 중 단 한 도시만 선택해야 한다면, 그 중심에 뷔르츠부르크가 있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합니다. 직접 걸으며,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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